격국 — 내 사주의 직업 적성표가 아닙니다
술사들이 둘만 묻는 까닭
명리를 오래 만진 술사들끼리는 처음 만나도 둘만 묻는다고 무릎탁 총각은 전합니다. 일주(日柱)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슨 격(格)인지입니다. 일주가 판을 읽는 기준점이라면, 격은 그 위에 사주 전체의 구조를 얹어 주는 이름입니다. 요즘은 무슨 격이면 무슨 직업이라는 식으로 격국을 직업 배정표처럼 펼쳐 놓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그릇의 용도를 가늠하는 일이지 직업 하나를 콕 집어 정해 주는 일이 아닙니다.
월지에서 격을 잡는 순서
격의 이름은 아무 데서나 나오지 않습니다. 전통의 대원칙은 월지(月支)라, 태어난 달의 지지에 숨은 지장간(支藏干)이 천간(天干)에 투출(透出)했을 때 그 글자의 십성(十星) 이름을 따서 격을 잡습니다. 투출이 잡히지 않으면 월지가 자오묘유(子午卯酉)의 왕지(旺支)인 경우 그 글자 자체를 세우고, 아니면 월지의 본기(本氣)를 잡아 주며, 마지막으로 판 전체를 덮은 지배적 기운을 격으로 삼습니다. 이렇게 차례가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격이 계산의 결과이지 잘남과 못남의 표시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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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이름은 그릇의 이름
격의 이름은 십성의 이름이라 식신격(食神格)·정관격(正官格)·편재격(偏財格) 같은 이름이 붙습니다. 큰 성향은 다섯 계열의 그릇으로 잡히는데, 비겁(比劫)은 사람을, 식상(食傷)은 재주를, 재성(財星)은 재물을, 관성(官星)은 명예를, 인성(印星)은 학문을 담습니다. 재성 계열의 격은 결과를 먼저 보는 성향이라 재격(財格)의 아이에게는 과정에 보상을 붙이는 길이 통하고, 재주를 담는 상관격(傷官格)은 지금이 재주로 먹고사는 시대라 나쁜 격이 아니라고 무릎탁 총각은 읽습니다. 그릇은 용도를 말할 뿐 채워짐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길격과 흉격이라는 말의 온도
옛 책은 격을 길격(吉格)과 흉격(凶格)으로 가르기도 하는데, 무릎탁 총각은 여기의 길흉을 값의 표시로 읽지 않습니다. 길격은 순용(順用)이라 격을 돕는 기운을 반기고 흉격은 역용(逆用)이라 눌러 주는 기운을 반긴다는, 다음 단계를 따지기 위한 앞 단계의 분류일 뿐입니다. 고전 사이의 갈림이 그 증거입니다. 명나라 계열의 책이 격으로 치지 않던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를 청나라의 책은 흉격에 편입했고 편재와 편인(偏印)은 흉에서 길로 자리를 옮겼으니, 시대를 따라 움직이는 이름으로 사람을 못 박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격이 흐린 판도 흠이 아닌 까닭
격의 이름이 약하게 잡히거나 아예 흐린 판도 있는데, 이 전통은 그런 판을 흠으로 읽지 않습니다. 월지의 본기를 그냥 잡아 주는 둘째 길을 두고는 뒤에 붙은 편의 규정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격이 흐리면 그릇의 용도보다 힘의 저울인 억부(抑扶) 쪽에 무게를 옮겨 읽으면 될 뿐입니다. 격은 사회의 쓰임을 묻고 용신(用神)은 개인의 균형을 묻는 다른 축이라, 격이 깨진 파격(破格)의 판이라도 용신이 실하면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종격을 함부로 안 쓰는 까닭
치우침이 아주 큰 판을 만나면 옛 보는 법은 종격(從格)이라는 이름을 꺼냅니다. 나를 버리고 가장 많은 세력에 몸을 붙인다는 뜻이라 억부와는 방향이 정반대인데, 무릎탁 총각은 이 이름을 판정에 올리지 않습니다. 종으로 볼 까닭이 넉넉한 판을 실제 사례에서 여럿 만나 보았는데, 종의 셈이 내리막을 가리킨 구간에서 오히려 삶이 펴진 자취가 거듭 나왔다는 것입니다. 다섯 양간(陽干)은 제 본성을 따를 뿐 둘레의 세력에 굽히지 않는다는 오양종기 부종세(五陽從氣 不從勢) 한 줄도 근거로 드는데, 그 보는 법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라 이 전통이 다른 쪽에 섰을 뿐입니다.
제 사주의 월지에 어떤 글자가 앉아 있는지, 그것이 천간으로 드러났는지부터 보시면 됩니다. 직업 하나를 받아 적는 걸음이 아니라, 내 판의 큰 꼴에 이름을 붙여 보는 걸음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 용신이나 격국은 왜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