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간 — 겉으로는 안 보이는 속마음의 기운
없는 줄 알았던 기운
사주를 한 번이라도 세어 본 분이라면 내 판에는 물이 통째로 없다더라, 불이 한 점도 없다더라 하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진단은 겉으로 센 사주만 본 절반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위 넉 자는 겉으로 드러난 성격을 적는 천간(天干)이고 아래 넉 자는 속마음과 생활을 적는 지지(地支)인데, 흔히 세는 오행(五行)은 내 사주의 얼굴만 센 것입니다. 지지 속에는 얼굴에 드러나지 않은 기운이 몇 겹으로 접혀 있으니, 그 속을 여는 열쇠가 지장간(支藏干)입니다.
지지 속에 숨은 것의 정체
지장간의 본래 단어는 지지장간(地支藏干)으로, 지지 안에 감춰진 간(干)이라는 뜻입니다. 이름보다 무거운 것은 정체인데, 무릎탁 총각이 못 박는 한마디는 이것이 간이라는 것입니다. 지지 속에 들어 있어도 그 정체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적는 천간입니다. 물이 눈에 보이는 실체라면 수소와 산소가 천간이고 둘이 결합한 비율이 지장간이라는 것이 무릎탁 총각이 든 대응이니, 지지 하나를 쪼개 보면 그 안에 천간 두셋이 저마다의 몫을 갖고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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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와 구름 아래, 그리고 땅속
무릎탁 총각은 이 층 구조를 구름으로 긋습니다. 구름 위가 천간의 영역이고, 구름 아래에서 지표까지가 지지의 영역이며, 땅속이 지장간의 영역입니다. 천간과 지지는 드러나 있어 명(明)의 영역이라 부르고, 지장간은 숨은 영역이라 기본으로는 꺼내 세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논하는 까닭은 지지를 규정하는 것이 바로 지장간이기 때문이니, 자(子)가 물의 쪽으로 읽히는 것도 그 속의 대표 글자가 계수(癸)이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섞이듯 글자도 섞입니다
왜 한 글자 속에 여럿이 들어 있다고 보았습니까. 지지가 계절의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2월 말까지 춥다가 3월 1일에 봄이 튀어나오지는 않고, 앞 계절의 기운이 얼마간 넘어와 있고 그 위로 이번 계절의 기운이 차오르며 땅속에서는 다음 계절이 미리 싹틀 준비를 합니다. 지장간의 세 칸, 곧 여기(餘氣)와 중기(中氣)와 정기(正氣)는 이 섞임을 날수로 나눠 적은 표입니다.
여기는 앞 달의 정기가 그대로 이월된 몫이라, 한겨울의 자 속에 앞선 달의 임수(壬)가 넘어와 앉습니다. 중기는 자리마다 성향이 달라, 계절을 여는 생지(生支)인 인(寅) 속에는 여름의 병화(丙)가 미리 앉고 계절을 닫는 고지(庫支)인 축(丑)은 지난 가을의 신금(辛)을 가장 작은 몫으로 저장해 둡니다. 계절의 정점인 왕지(旺支)는 그 계절의 기운만 들어 한 색이고, 맨 뒤의 정기가 그 글자의 오행과 얼굴을 규정합니다.
운이 그 자리를 열 때
숨은 기운은 평소에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월 따라 들어오는 운이 그 자리를 건드리면, 땅속에 접혀 있던 기운이 그때만 겉으로 드러납니다. 겉으로는 없던 기운이 어느 해에 문득 일 안에서, 사람 사이에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같은 까닭으로 겉이 같아 보이는 두 판도 속이 다르면 다르게 버팁니다. 갑목(甲木)이 진(辰) 위에 앉으면 속의 을목(乙木)에 뿌리를 내리지만, 술(戌) 위에 앉으면 속에 목이 없어 뿌리가 없습니다. 천간이 지장간에 같은 오행을 두는 것을 통근(通根)이라 하고 속에 접힌 기운이 겉으로 같은 글자 그대로 나와 서는 것을 투간(透干)이라 하니, 명식을 깊이 읽는 말들이 결국 이 땅속 층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없는 것과 숨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숨은 기운은 때가 오면 제 힘으로 일어나니, 없는 줄 알았던 기운이 속마음의 어느 자리에 접혀 있었는지 겉면 아래까지 한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