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 — 한 해의 두 글자를 읽는 순서
사람이 느끼는 운은 세운뿐입니다
칼럼의 다른 글 «대운 — 십 년의 계절이 하는 일과 안 하는 일»에서 십 년 단위의 큰 흐름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짝입니다. 세운(歲運)은 해마다 새로 오는 한 해의 운입니다. 갑진년, 을사년 하는 그 두 글자가 세운의 이름입니다. 무릎탁 총각의 전통은 대운(大運)과 세운을 이렇게 가릅니다. 대운은 사람마다 글자도 시기도 다른 개인의 운이라 내 것이고, 세운은 그해에 세상에 깃드는 기운이라 누구에게나 같은 세상 것입니다. 같은 해를 온 세상이 함께 지나지만, 그 해가 각자의 판에서 하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세운 읽기는 올해의 두 글자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그 두 글자가 내 여덟 글자의 어느 자리를 건드리는지 보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전통이 앞에 두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이 느끼는 운은 세운뿐이라는 것입니다. 대운은 원국(原局)이 통째로 잠겨 있는 젖은 운이라 사람이 잘 느끼지 못합니다. 지난겨울의 추위가 기억으로만 남는 것처럼, 사람은 계절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세운의 첫 작용은 심리입니다. 마음이 먼저 바뀌고, 보는 눈이 바뀌고, 그래서 행위가 나오고, 그 끝에 일이 생기는 차례로 번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운은 마음의 자리인 천간(天干)을 조금 더 무겁게 봅니다. 대운을 지지(地支) 중심으로 보는 것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가스가 새어도 라이터를 당겨야 터집니다
한 해에 일이 벌어지는 구조를 무릎탁 총각은 네 층으로 가릅니다. 원국은 타고난 속성이고, 대운은 환경의 조성이며, 세운은 현상이 벌어지는 자리이고, 마지막 조각은 명주(命主)의 행위입니다. 이 층위를 설명할 때 드는 그림이 가스 폭발의 비유입니다. 실내에서도 담배를 놓지 못하는 중증 흡연자라는 속성이 원국이고, 태풍이 이어져 창문을 열 수 없는 구간에 든 것이 대운이며, 그때 마침 주방에서 가스가 새고 있던 것이 세운입니다. 속성과 환경과 현상이 저마다 다른 층에 서 있고, 층이 다르면 읽는 법도 달라진다는 것이 이 비유의 뼈대입니다.
여기까지 다 겹쳐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라이터를 당기는 손, 곧 명주의 실질적인 행위가 들어가야 마지막 조각이 채워집니다. 현상은 늘 세운에서 벌어지고, 대운은 그 현상이 벌어질 예비 환경을 만들 뿐입니다. 그래서 무릎탁 총각은 운의 해석에 반드시라는 말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궂은 해라도 그 행위 하나를 거르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있고, 반기는 해라도 손을 내밀지 않으면 스치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 층에 명주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이 대목을, 무릎탁 총각은 명리를 공부하는 까닭으로 꼽습니다. 겁이 아니라 여지의 이야기입니다.
세운은 대운을 통과해 들어옵니다
원국 여덟 글자에 대운 두 글자, 세운 두 글자까지 놓으면 변수가 열둘입니다. 이러면 머리가 깨진다는 것이 무릎탁 총각의 솔직한 말이고, 그래서 읽는 차례를 셋으로 고정합니다. 먼저 원국과 대운만 놓고 지금 이 사람의 상태를 세웁니다. 다음에 원국을 빼고 대운과 세운이 서로 무엇을 하는지 봅니다. 끝으로 그 결과인 세운을 원국에 적용합니다. 대운은 이미 첫 단계에서 적용했으므로 여기서는 뺍니다. 이 차례는 앞의 층위 나눔과도 이어집니다. 내 것인 원국과 대운으로 지금의 상태를 먼저 세우고, 세상 것인 세운을 그 위에 얹는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단계가 낯설게 들릴 수 있는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세운은 대운을 통과하며 모습이 바뀝니다. 병(丙) 대운을 지나는 중에 갑(甲)의 해가 오면 그 갑은 기운을 내어 주느라 조금 여윈 갑으로 들어오고, 계(癸) 대운이라면 생을 받아 조금 굵어진 갑으로 들어옵니다. 병 대운에 신(辛)의 해가 오면 병신합수(丙辛合水)라 하여, 나에게는 수(水)의 해로 적용됩니다. 세운이 누구에게나 같은 세상 것인데도 읽기는 사람마다 갈리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같은 해라도 지금 어느 대운을 지나고 있는가에 따라 내 판에 닿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세운 풀이는 해의 글자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지나는 대운을 곁에 두고 함께 읽습니다.
글자 하나가 아니라 판의 기울기
올해는 무슨 십성(十星)의 해라는 식으로 낱글자를 떼어 읽는 일반론은 멀리 가지 못한다고 무릎탁 총각은 봅니다. 먼저 볼 것은 그 해의 글자가 원국의 쏠림과 어느 방향으로 겹치는가입니다. 특히 조심해 보는 자리는 이미 한쪽으로 발달한 판에 같은 방향의 국(局)이 서는 해입니다. 운의 지지 하나가 원국의 글자들과 어울려 국을 이루면, 그 해는 글자 하나가 아니라 판 전체의 기울기로 작용합니다. 겉보기로는 눈에 띌 것 없는 두 글자가 원국에 들어와 합을 완성하며, 넘치던 쪽으로 판을 통째로 기울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쏠린 판일수록 이런 해를 미리 짚어 둘 수 있고, 그 해에 벌이는 일의 폭을 고르는 여지는 본인에게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 운의 지지 한 글자는 어느 한 기둥이 아니라 원국의 천간 전부를 한꺼번에 다시 잽니다. 십이운성(十二運星)으로 보는 운입니다. 경금(庚金)으로 태어난 사람이 갑(甲)이라는 편재(偏財)를 두었다면, 인목(寅木)의 해에 갑은 건록(建祿)이라 최고조로 오르고, 같은 해에 일간 경금은 절(絶)이라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돈의 크기는 커지는데 그 돈을 쫓는 나의 기운은 가장 얇아지는 해입니다. 무릎탁 총각은 이런 구간의 벌이를 제 기력을 깎아 쓰는 그림으로 봅니다. 벌이를 멈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가 유난히 커 보이는 해일수록 내 기운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함께 살펴 무리하지 않는 속도를 고른다는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미리 짚어 두는 해, 그리고 그 아래
조심해서 볼 세운으로 전통이 꼽는 자리가 몇 있습니다. 원국과 같은 글자가 겹치거나 정면으로 부딪히는 복음(伏吟)과 반음(反吟), 천간과 지지가 함께 묶이는 천합지합(天合地合), 그리고 판의 요긴한 글자인 용신(用神)을 충극하는 해입니다. 온도의 축도 따로 봅니다. 그해의 지지가 삼합(三合)으로 국을 세워 차게 기운 판을 더 차게, 뜨겁게 기운 판을 더 뜨겁게 만드는 해, 곧 조후(調候)가 흔들리는 해입니다. 병오년(丙午年)처럼 간지가 같은 오행인 해는 기운이 세게 들어온다는 조언도 붙습니다. 그리고 한 해만 떼어 보지 말고 두어 해를 묶어서 보라는 것이 전통의 실무 조언입니다.
느끼는 정도는 판마다 다릅니다. 신약(身弱)한 구성은 오는 대로 피부로 받는 쪽이라 세운에 민감하고, 신강(身强)한 구성은 바깥 변화에 둔감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버티는 쪽입니다. 다만 민감도와 영향력은 다른 축이라, 부모 슬하나 조직 같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 같은 운도 파급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습니다. 무릎탁 총각은 해석에 무게를 두는 운을 대운과 세운까지로 못 박습니다. 달의 운인 월건(月建)과 날의 운인 일진(日辰)은 일반화하기 어렵고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보아, 풀이를 붙이지 않고 표만 두는 자리입니다.
세운 읽기의 차례를 다시 접으면 이렇습니다. 내 원국과 대운으로 지금의 상태를 먼저 세우고, 올해의 두 글자가 그 위에 어떤 모습으로 들어와 어느 자리를 건드리는지 봅니다. 그러니 올해의 운이 궁금하다면 첫 단추는 올해의 글자가 아니라 내 여덟 글자입니다. 같은 해를 지나도 판이 다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명식을 펴 놓고, 올해의 두 글자가 본인 판의 어느 자리에 닿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