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은 애써 쓰고, 기신은 일로 씁니다
저울을 맞춰 주는 기운
어떤 판은 나를 받쳐 주는 쪽 접시가 무겁고, 어떤 판은 나를 덜어 가는 쪽 접시가 무겁습니다. 기울어진 저울을 도로 맞춰 주는 기운, 그것이 용신(用神)입니다. 이름에 쓸 용(用) 자가 든 까닭은 타고나서 지니는 것이 아니라 쓰라고 있는 기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용신은 팔자에 박힌 행운의 글자가 아니라, 저쪽에 힘을 보태면 균형이 돌아온다는 방향의 이름입니다.
부적이 대신 애써 주지 않습니다
용신이 화(火)인 사람은 붉은 옷을 입고 남쪽이 길하다는 말이 돌아다니고, 그 곁에는 용신 색으로 지갑을 고르고 부적을 지니는 소비가 붙어 있습니다. 그 말의 절반만 사실입니다. 무릎탁 총각의 전통에서 용신은 내 판에서 가장 얇은 쪽을 일부러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 지니는 것이 아니라 힘들여 쓰는 것입니다. 붉은 지갑이 제 대신 애써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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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의 이름을 걷어 낸 까닭
옛 책은 용신 둘레에 이름 넷을 더 세웁니다. 용신을 생(生)하는 희신(喜神), 용신을 극(剋)하는 기신(忌神), 기신을 돕는 구신(仇神), 어느 쪽에도 끼지 않는 한신(閑神)입니다. 무릎탁 총각은 이 정의가 순서를 거꾸로 세웠다고 봅니다. 넷 모두 용신이 이미 정해져 있어야 성립하는 말인데, 정작 우리가 모르는 것이 바로 그 용신이기 때문입니다.
저울을 신약 쪽으로 기울인 주된 원인이 목(木)인 판에서 화를 용신으로 잡으면, 그 화를 생하는 목이 희신이 되어 버립니다. 저울을 기울인 장본인이 반가운 글자로 뒤집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전통은 두 낱말만 씁니다. 불균형을 만든 주된 원인을 기신으로 먼저 잡고, 그 기울기를 되돌릴 가장 효과가 큰 글자를 용신으로 나중에 고릅니다.
숨은 용신, 더 드는 힘
무릎탁 총각은 용신을 원국(原局) 안에서 고르되 자리에 차례를 둡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격을 적는 천간(天干)이 먼저이고 속마음과 생활을 적는 지지(地支)가 그다음이며, 겉으로 안 보이는 속마음의 기운인 지장간(支藏干)은 앞의 둘이 비었을 때 팝니다. 용신이 지장간에 든 판이라면 평소에 손쉽게 꺼내 쓰기 어려운 자리라는 뜻이지, 영영 못 쓴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릎탁 총각은 용신이 없다는 말을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더 많은 힘이 든다는 뜻으로 새깁니다.
기신은 일로 태워 씁니다
기신이라는 이름은 꺼릴 기(忌) 자 때문에 평생 피해 다녀야 할 괴물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앞의 차례를 뒤집어 읽으면 다른 얼굴이 나옵니다. 기신은 그 사주에서 가장 많은 성분, 곧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배어나오는 기운입니다. 제 몸에서 매일 배어나오는 기운을 평생 피하라는 챙길 일은 애초에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전통은 기신을 피하지 말고 일로 태워 쓰라고 말합니다. 업상대체(業象代替), 곧 저절로 넘치는 기운을 직업이라는 그릇에 부어 덜어 낸다는 말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회의 쓰임을 묻는 격국(格局)이 대개 기신 쪽에서 나오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판에서 가장 많은 성분이 곧 그 사람의 그릇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축을 한 저울에 올리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축이 둘입니다. 격국은 사회의 쓰임을 묻고 용신은 개인의 균형을 물으니, 기신은 저절로 배어나오는 것을 일로 덜어 내고 용신은 힘을 들여 애써 일으켜 씁니다. 무릎탁 총각이 이 둘을 한 저울에 올리지 않는 까닭은, 방향이 반대인 두 셈을 뭉치면 넘치는 기운을 더 붓거나 얇은 기운을 마저 깎는 어긋난 챙길 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남는 물음은 하나입니다. 내 판에서 저절로 배어나오는 많은 기운은 무엇이고, 애써 일으켜야 하는 얇은 기운은 무엇입니까. 제 사주를 펼쳐 그 두 자리를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